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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셋….

Taylor Bechtelar   /   2024-03-27

 

 

 

 

 

해남에서 보길도까지 배를타고 들어가지. 

 

여름이라 대부분 가족동반의 여행객들, 홀로 배를탄 사람은 나 뿐이다. 

 

선미에서 하얗게 뿜어지는 파장을 생각없이 보고만 있어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지. 

 

보길도, 윤선도가 반했다는 그곳으로 가는 길이다.

 

저곳이 보길도라 방송따위 필요가 없을만치, 멀리서 보여지는 향기만으로 알수가 있거든. 

 

선착장옆 몽돌해변을 걸어보고, 버스를타고 한바퀴 돌아본다. 

 

변덕스러운 여름날이라 하늘이 흐려지고, 맘이 급해진다. 

 

모래해변 하나를 지나서, 갯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내린다. 

 

비가 오기전에 세팅을 끝내야 한다. 

 

자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기위해 절차가 필요하지.

 

나무막대 몇개를 줍는다.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나무와 나무사이에, 일단으로 해먹을 연결하고 위에 나무막대를 연결한다음, 비닐을 둘러준다. 

 

비닐 끝단은 돌로 잘 눌러주고, 비닐따라 주변에 배수로를 파준다. 그러면 웬만한 폭우에도 안으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거든.


전면엔 맑디맑은 바닷물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날이 맑다면, 하늘에 줄하나 그어두고 수평선이라 우기는듯, 아래와 위가 같은 푸름을 보일게다.


코펠에 물을 끓이고, 거름망에 헤이즐넛 한줌 담는다. 

 

 

 

 

 

 

 

연주가 시작될 모양이다.

 

“토독, 토도독, 투두두둑…..”


낮부터 시작한 비가 멈출기미가 없다. 

 

집을 나와있다는 하나만으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던, 아무런 상관없다. 

 

마냥 좋다. 

 

비가오던, 눈이오건, 낮이건, 밤이건, 내 의지로 움직이고, 내 의지로 멈춘다. 

 

일이인용 작은 코펠에 쌀 한줌 부어 물을맞춘다. 

 

‘보글보글’ 수분이 날아가며, 기분좋은 향기가 피어나지. 

 

벌교 어르신께 얻어온 반건조 생선은 코펠이 작아서 난도질해 찜 하듯 조리한다. 

 

날이 맑았다면 모닥불에 통째 구웠을텐데, 아쉽다. 

 

장대라는 생선을 이곳 전라도에서 즐겨먹는데, 아직 내 입맛이 경상스러워 그런지, 묘한 냄새가 나서 적응하기가 힘겹다. 

 

해서 장대는 간장맛으로 먹는다. 다행히 꼬막젓갈이 있다. 

 

‘모락모락’ 김나는 쌀밥에 젓갈간장 부어 비벼주고, 장대살 ‘쭈욱’ 찢어서 한입 넣어준다. 

 

내일 지구가 사라진대도 걱정없는 시간이지.

 

 

 

 

 

반복되듯, 돌아오면 다음에 갈곳이며, 그곳에서 할수있는 일들을 계획하거든. 

 

‘다음번엔 동해로 가볼까? 

 

그래 수심이 깊어서 낚시도 괜찮을거야. 

 

그럼 낚시장비좀 보강해둘까?’


다이어리에 계획들을 그려보는데, 손님이 찾았다. 

 

“경호, 잘 갔다왔나?” 

 

키가 좀 많이 자그마하고, 몸에 비계라고는 한줌도 없을듯한 체격의 열다섯살 차이나는 형이다. 

 

카레이서 취미가 있는, 광고일을 하는 사람이지. 

 

“응, 보성, 순천, 해남, 보길도, 완도, 진도까지 둘러보긴 했는데, 너무 많이 빠뜨리고 다녀서, 함더 갈려구요.” 

 

“이야~ 시부럴, 마! 

 

니 진짜 그래 다니는거 보머, 존경스럽다! 

 

와~ 내느 못한다! 

 

그건 그렇고, 니 면허증 없제?” 

 

“예, 차는 관심없는데?” 

 

“가자.” 

 

“어딜?” 

 

“저기” 

 

정말 어떨땐 잡아다 묶어두고 진지하게 단어 사용법을 좀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다. 

 

한번에 이해하도록 말하는 법이 없다. 

 

짜증나게 얄미운 화법이 특징이지.


면허증이 없어 배낭여행 하며 고생하는줄 알고, 운전을 가르칠 생각이다. 

 

내가 진도쯤 있을때, 교육용으로 쓰겠다며, 폐차하러 가는차를 사십만원에 구했단다.

 

 

 

 

 

 

한적한 공원, 비틀거리는 차량들이 한둘 보인다. 

 

아마 식은땀 흘리는 사람이 앉아있겠지. 

 

“니, 운전해밧나?” 

 

“뭔소리? 필기시험도 안봤는데 무슨 운전을?” 

 

“일단 잘봐라. 운전 조또아이다. 

 

이거 밟으머 간다! 

 

저거 밟으머 선다! 

 

기 다다. 간단하제?” 

 

“아… 시바! 

 

뭔소리야?” 

 

“오락실에 있는 게임기라 생각해라. 

 

운전 조또아이다. 

 

겁먹으머 몸이 안움직인다. 

 

게임이라 생각하고 니 조때로 해바라. 

 

차? 시발거 뿌사도 괜찮다. 

 

버리머되지. 

 

함 해바라!” 

 

악셀과 브레이크를 외우고 몇번의 급정거로 욕좀 먹다보니, 재미지다. 

 

40킬로 정도의 속도가 무서울 시간인데, 자꾸만 속도를 올려보란다. 

 

“100킬로 달려본후에 50킬로로 가머, 대처하는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100킬로를 모르는 사람한테 50킬로는 100킬로나 50킬로나 똑같이 어렵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속도감에 재미가 들기 시작한다. 

 

맞은편에 비틀거리는 차 한대가, 중앙선을 물고서 온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게 악셀을 밟아 속도가 붙었고, 뒤늦게 멈추지만 늦었다. 

 

주차해둔 중형차 범퍼 측면을 소리도 없을만큼 닿았는데, 범퍼가 떨어져 나갔다. 

 

차 안에있던 중년의 어른이 나와서 범퍼를 살펴보는 짧은시간, 견적이 얼마나 나올건지, 친하게 지내던 센타 형님한테 전화를 해볼까 하는등의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괜찮습니까?” 

 

떨어진 범퍼를 발로 밀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한다.

 

“이상하네, 충격도 별로 없었는데, 이기와 떨어지고 지랄이고? 

 

껌으로 부치낫나? 

 

신기하네?” 

 

“죄송합니다. 저기…” 

 

우리차를 힐끔 보더니, 말을 끊는다.” 

 

“괜찮다. 

 

이래 떨어질거 같으머, 집에 가다가도 떨어지겠다. 

 

조심해서 배아라~ 

 

개안타, 가바라~” 

 

어르신 맘 변하기 전에 빨리 가야할듯 생각된다.

 

 

 

 

40만원짜리 새차를 주차해두고, 아직 개조하지 않은 르망 ‘펜타5’ 라는 차를타고 고속도로를 달리지. 

 

“니, 사무실 문 잠가낫나?” 

 

“나오는데 당연히 잠궜겠지?” 

 

“한몇일 안드가도 되제?” 

 

“아, 씨… 한번에 말해봐라 좀!” 

 

“한바퀴 하자!” 

 

그런 대화끝에 거제도를 향하고 있지.

 

 

 

 

 

 

펜타5 새차를 받은 다음날, 시승겸 낚시를 가려고 오후에 만나지. 

 

주택에 사는지라, 주차공간이 따로없다. 

 

길따라 한 차선을 주차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 많다 새차 이야기를 하면서 도착해보니, 여섯 일곱 정도의 아이들 셋이 새차 보닛에 올라가서 놀고있다. 

 

게다가 쇳조각으로 보닛을 때려서 철판이 울고있지. 

 

“야! 이새끼들, 내려와, 내려와서 차렷!” 아이들은 놀라서 울듯말듯 하고, 지나던 어른들은 더 놀라서 웅성거리지. 

 

소식듣고 내려온 아이 부모가 어쩔줄 모르고 당황한다. 

 

“하이고, 이를 우짜노? 

 

이 개노무새끼!” 

 

외치며 아이뺨을 내려친다. 

 

아기가 힘없이 튀어나가지. 

 

“이런, 미친새끼가? 

 

니 애비맞나? 

 

아한테 뭐하는짓이고? 

 

응?” 

 

적반하장? 암튼, 차주가 부모를 말린다. 

 

“보소! 지랄들 하지말고… 

 

씨바, 아들이 뭘 안다고 때리고 지랄이고! 

 

다음부터 조심시키라고 부른기요. 

 

보상받을 생각 없으니 놔두고, 아들 교육이나 시키소. 

 

내니까 너머가지, 딴놈한테 걸리머 짤없다. 

 

응?” 

 

다음부터 또라이 노총각이라 소문나, 주민들이 김치며 갖가지 반찬들을 택배하기 시작하지. 

 

덕분에 혼자 다 먹지못하는 반찬들이 내게도 많이 도착하지.

 

 

 

 

 

 

거제도 가는 이날까지 상처가 그대로 남았다. 

 

“형, 보닛 안고칠건가?” 

 

“마, 운전하는데 아무 지장없다. 

 

시발꺼, 차가 차지… 

 

마누라보다 더 아끼고 지랄이제? 

 

그런거 다 필요없다!” 

 

“그래도 보이면 좀 싫을거 같은데?” 

 

“택도없다! 타다보머 사고도 나고, 그쯤되머 고칠수도 있고, 기계 성능이 중요하지 껍데기는 상관없다. 

 

이차로 서울가나, 트럭으로 서울가나, 가머 대는거아이가?” 

 

해서 그런지, 나또한 차에 별 욕심도 신경도 없다.

 

 

 

 

 

거제도로 낚시를 갈때면 꼭 오후에 출발해서 초저녁쯤 자릴잡고 밤낚시를 한다. 

 

낮 더위도 싫고, 고생대비 성과도 없다. 

 

‘촤라라락….’ 

 

달빛에 아른거리는 수면, 귓가에 울리는 파도소리는 충분히 중독성이 있다. 

 

노점에서 삶은 옥수수를 사서 먹으며 간다. 

 

“니도, 인자 운전해보머 알겠지만, 운전은 자랑하는게 아이다. 

 

내가 조금만 실수하머, 사람을 죽일수가 있는기라, 양놈들은 총들고 있지만, 우리는 차가 총이다. 

 

잘못하면 누굴 죽일수도 있는기라. 

 

차를 총이라 생각해라. 

 

편도 일차로 좁은도로 갈때나, 한쪽에 차가 밀려있을때… 

 

그때는 특히 A필러가 위험하다! 사람이 여러명 걸어오머, 딱 한사람은 A필러에 가려진다. 

 

그럴때, 불안하머 꼭 A필러 반대선으로 고개한번 내려봐라. 

 

별거 아니지만, 사람하나 살릴수도 있다. 

 

레이서 할정도머 나도 운전 좀 한다! 

 

그래도 고개 좀 돌리는게 기본이고, 힘든것도 아이다. 

 

꼭 기억해라!”

 

 

 

 

옥수수 오물거리며 순간순간 달라지는 장면마다 경험들을 털어내지. 

 

“뒤에 트럭한대 보이제? 

 

계속가면 내가 이기지만, 이렇게 멈춤 신호가 있거나 정체구간 들어가면, 꼭! 꼭! 앞차하고 거리를 두고 서서히 멈춰라. 

 

트럭이 졸다가 나를쳐도 거리가 있으머 튀어나갈수가 있다. 

 

붙어있으머 치는순간 끝난다. 습관이 되도록 기억해라!”

 

 

 

 

 

해금강 선착장 들어가기 전, 갯바위로 내려간다. 

 

원투대를 펴고 원줄에 25호 봉돌을 달고, 목줄은 봉돌없이 3미터를 준다. 

 

손바닥 크기의 감성돔과 망상어가 올라온다. 

 

손맛 충분한 시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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